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날, 김천호두시험림을 찾았다. 가는 길에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급기야 큰 비가 되어 억수같이 퍼 부었다. 차를 돌려야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좋은 만남에는 시련이 있기 마련, 우리는 그대로 호두시험림을 만나러 빗속을 뚫고 달렸다. 거의 도착할 때 즈음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산안개에 폭 파묻힌 산의 정기가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초입에 들어서니 ‘김천호두시험림’과 ‘김천호두체험교육장’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깊은 산속, 청정지역에서 호두는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명품 호두가 되기 위해서는 종자도 중요하지만 좋은 환경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김천시는 황악산 기슭에 지난 2019년 ‘김천호두시험림’을 조성하여 호두명품화를 위한 우량 호두자원을 수집, 보존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호두재배지에 산채, 산약초 복합경영으로 호두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기 위해 김천호두 재배지, 공동작업장 및 체험학습시설을 갖춘 김천호두 클러스터단지이다. 현재 재배지 현황을 살펴보면 우량호두시험재배지, 산약초시험재배지, 호두품종보존원, 단기소득작물 실증재배지로 조성되어 있다.
임도시설 5킬로미터는 깊은 산속 최고의 산책로이다. 숲길을 걷다보면 복잡한 세상의 근심 걱정도 어느새 사라지고 자연과 내가 하나됨을 느낀다. 순환임도를 거쳐 3구간 탐방로에서 돌아 나오는 길을 걸으며, 세상의 근심걱정을 다 털어내 보낼 수 있다.
특히,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하는 김천호두클러스터 체험교육장은 체험을 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안겨준다. ‘김천호두 체험캠프’는 김천 호두를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의 호두요리체험, 호두알을 이용한 호두공예체험과 염색체험 등을 통해 김천 호두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체적인 체험내용으로는 김천호두시험림 견학, 김천호두 모빌 만들기 체험, 김천호두 브라우니 요리체험, 김천호두 파운드케이크 요리체험, 김천호두 염색체험 등이 있다.
호두나무와 함께 하는 산책코스는 한 여름 절정을 이루는 무더위를 잊게 한다. 소나기에 깨끗이 세수한 물기 머금은 호두알은 수확의 날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국 호두 최대 주산지인 김천시는 2013년 10월 국립산림품종센터에 김천1호, 황악, 금릉 등 4개 품종을 품종보호 출원하였으며, 2020년 3월 호두나무 ‘황악’이 국립산림품종센터의 품종보호묘목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최고의 숲’이라는 칭송을 받은 제주 삼나무 시험림과 녹색미래, 숲에서 답을 찾은 ‘제주 사려니숲길’, 느티나무처럼 넓은 그늘을 제공해 천연 양산 역할을 하는 ‘월아산 푸조나무 시험림’과 같이 ‘김천호두시험림’ 역시 청정자연에서 자원화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열어가고 있다.
에디터 : 장정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