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13 15:19

  • 뉴스종합 > 뉴스종합

축제는 끝나지 않았는데 문부터 닫았다

마지막 날 드러난 민낯

기사입력 2026-08-16 20:28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축제의 수준은 화려한 개막보다 마지막 날 드러난다. 궂은 날씨에도 김천을 찾은 한 사람을 끝까지 정성껏 맞는 것이 축제의 기본이다.

 

 


축제는 끝나지 않았는데 이미 파장이었다. 16일 오전 11시께 찾은 ‘2026 김천포도축제현장은 반가운 비보다 더 씁쓸한 모습을 보여줬다. 상당수 기관·단체와 참여 부스가 천막을 내리고 문을 닫았으며, 현장을 둘러본 바로는 70%가 넘는 부스가 사실상 운영을 멈춘 모습이었다.

 

 


김천포도축제는 김천종합스포츠타운 일원에서 열리는 3일간의 공식 행사다. 마지막 날인 16일도 오후 6시까지 퀴즈쇼와 매직쇼, 버스킹을 비롯해 포도 판매, 플리마켓, 디저트카페, 와인빌리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오전 11시부터 상당수 부스가 문을 닫았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가 온 것은 이유가 될 수 있어도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궂은 날씨에 우산을 들고 행사장을 찾아온 한 사람이 더 귀한 손님이다. 맑은 날 수천 명을 맞는 친절보다 비 오는 날 한 명의 방문객을 끝까지 맞는 정성이 그 도시의 수준을 보여준다. 일부 열린 부스에서도 방문객보다 휴대전화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축제는 부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맞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

 

 


김천시는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마지막 날 부스별 실제 운영 여부와 조기 철수 사유를 확인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공식 운영시간을 지키지 않은 참여 부스에는 차기 참여 제한 등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축제장을 만들어 놓고 참여자가 임의로 문을 닫아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 아쉬운 것은 바로 옆 김천실내체육관에 전국에서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이 대거 찾아와 있었다는 점이다. ‘2026년 김천오픈 전국학생탁구 최강전참가자들은 단순한 대회 참가자가 아니라 김천에서 숙박하고 먹고 둘러보는 관광객이자 잠재적인 김천 홍보대사다. 전국에서 사람을 김천까지 불러오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이미 와 있는 사람들을 포도축제와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다.

 

 


경기장에 포도축제 안내물을 비치하고 선수와 가족을 대상으로 포도 할인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어도 효과는 달랐을 것이다. 더욱이 스포츠대회와 포도축제가 같은 스포츠타운 안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었던 만큼 거창한 사업도 필요하지 않았다. 스포츠도시 김천과 포도의 고장 김천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따로 놀았다면 행정의 기획력을 되짚어봐야 한다.

 

 


김천실내체육관에 있는 전국체육대회 기념전시관의 모습은 더욱 씁쓸했다. 인구 15만 명도 되지 않는 지방도시가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했다는 것은 김천이 자랑해야 할 소중한 역사이자 자산이다. 전국에서 찾아온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에게 김천의 스포츠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지만, 정작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어두웠고 입구 안내 시설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지나갔을 텐데 오랫동안 이런 모습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면 시설의 낡음보다 행정의 무관심이 더 큰 문제다. 새로운 시설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이 행정은 아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날조차 자랑스러운 김천의 역사를 어둠 속에 방치하는 모습이 김천의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첫날 열린 신바람 행복 콘서트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면서 많은 관객이 찾았고 축제 첫날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포도축제와의 시너지가 있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콘서트가 포도축제를 위해 존재했는지, 아니면 포도축제가 콘서트의 배경이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매년 하던 콘서트를 유명 가수를 초청해 반복하는 방식이라면 전국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다. 포도축제와 함께 개최했다면 무대와 프로그램, 가수와 관객의 참여 속에 김천포도가 살아 있어야 한다.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와 축제를 개최했다는 것만으로 연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바람 콘서트가 김천포도축제만의 콘텐츠가 되려면 김천포도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올해 축제의 변화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내빈 소개와 긴 축사, 형식적인 의전을 줄이고 농업인과 관광객을 앞세운 ‘3() 실속 축제를 시도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첫날과 둘째 날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았고, 지역 농산물과 체험·먹거리를 중심으로 축제를 꾸미면서 다른 지역 축제와 차별화를 시도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잘한 이틀이 마지막 날의 허술함까지 덮어줄 수는 없다. 축제는 개막식의 화려함이나 첫날의 인파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손님이 행사장을 떠나는 순간까지의 모습으로 평가받는다. 비가 온다고 부스가 먼저 문을 닫고, 전국에서 찾아온 학생과 학부모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고, 자랑스러운 전국체전의 역사를 보여줄 공간마저 어둡고 허술하게 관리됐다면 첫날의 성과 역시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축제가 끝난 뒤 방문객 수와 판매액만 앞세워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자평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날 몇 개의 부스가 문을 닫았는지, 왜 공식 운영시간을 지키지 않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전국 규모 체육대회와 축제를 왜 연결하지 못했는지, 전국체전 기념공간은 왜 그런 상태로 방치됐는지도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이것을 따지지 않고 성과만 홍보한다면 축제는 발전하지 않는다.

 

 


유종의 미(有終之美)는 행사가 사고 없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처음과 같은 정성을 다했다는 뜻이다. 비 오는 날에도 김천을 찾아준 단 한 명의 손님에게 역시 김천은 다르다는 말을 듣게 하는 것, 그것이 축제이고 관광이며 도시의 경쟁력이다.

 

 


행사는 끝나지 않았는데 문부터 닫았다. 이것을 날씨 탓으로 돌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달라질 것은 없다. 축제의 실패는 비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비가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서 갈린다. 잘못을 보고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행정의 수준이 된다.

마지막 손님보다 먼저 떠나는 축제, 불 꺼진 기념관을 그대로 두는 행정,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을 눈앞에 두고도 연결하지 못하는 기획력. 이것이 김천의 얼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축제의 진짜 평가는 첫날 박수 소리가 아니라 마지막 날 문을 닫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김대중 기자 ()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