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김천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조경도시’였다.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김천의 도시조경을 배우기 위해 견학을 올 정도였으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소나무를 도시조경에 적극 활용해 김천만의 차별화된 도시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 성과는 2006년 대한민국조경대상 대통령상으로 이어졌다. 김천시는 당시 청계천을 조성한 서울시 등을 제치고 조경정책, 조경사업, 친환경조경사업, 역사·문화·관광환경 조성사업 등 전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각종 조경대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전국적인 조경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김천을 ‘전국정원도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김천의 기본적인 조경 인프라는 여전히 훌륭하다. 공원과 가로수, 중앙분리대, 직지천과 감천 등 이미 갖춰진 녹색 자산은 큰 경쟁력이다. 문제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는 새로운 정책과 체계적인 관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시는 가꾸지 않으면 낡고, 다듬지 않으면 평범해지며, 차별화하지 않으면 결국 잊힌다.
그동안 다른 도시들은 빠르게 변했다. 경주시는 사계절 꽃길과 입체형 녹지를 조성하고 은행나무 DNA 검사를 통해 열매가 맺히지 않는 수나무를 선별하는 과학적 관리까지 도입했다. 포항시는 기존 가로수 공간을 교목·아교목·관목·초화류가 어우러진 다층형 가로숲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가로수는 단순한 조경시설이 아니다. 여름철 도심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줄이며 시민에게 그늘과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도시 기반시설이다. 도시 경쟁력의 기준 역시 공장과 건물, 도로에서 쾌적한 환경과 삶의 질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김천의 일부 가로수에서는 관리의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고사했거나 고사 상태로 보이는 나무가 그대로 서 있고, 같은 구간에 심어진 가로수조차 크기와 수형이 제각각이다. 과도한 가지치기로 몸통과 일부 가지만 남은 나무도 눈에 띈다.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두는 것이 가로수 관리는 아니다.
김천톨게이트 입구의 ‘전국정원도시’ 입석 주변도 마찬가지다. 세월의 흔적이 쌓인 시설물과 정돈되지 않은 주변 조경은 ‘전국정원도시’라는 이름과 어울리는지 되묻게 한다.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에 앞서 이미 만들어 놓은 시설과 수목을 제대로 관리하고 가꾸는 것이 먼저다.
김천도 이제 ‘제2의 정원도시’를 준비해야 한다. 가로수와 공원의 상태를 전수 점검하고 고사목은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 수종과 수형, 높이, 주변 경관의 균형까지 고려해 주요 도로별로 일관된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주요 관문과 원도심, 혁신도시, 직지천·감천을 연결하는 새로운 녹색축도 만들어야 한다.
김천에는 이미 좋은 자산이 있다. 20년 전 소나무 조경으로 전국을 앞서간 경험도 있다. 문제는 새로운 것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잘 가꾸고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느냐’에 있다.
‘전국정원도시’는 입석에 새겨 놓았다고 유지되는 이름이 아니다. 시민과 방문객이 김천에 들어서는 순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20년 전에는 전국의 자치단체가 김천을 찾아와 배웠다. 이제는 김천이 앞서가는 도시를 다시 배우고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김천의 도시조경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