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상무와의 연고 협약 만료를 앞두고 김천시가 시민프로축구단 창단 여부를 시민들에게 묻고 있다. 여론조사에 이어 오는 18일 시민공청회도 열린다.
김천에 프로축구단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데 반대할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김천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국을 누비는 프로축구단은 도시 홍보와 시민 화합, 유소년 축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축구팬들에게 시민구단은 더욱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것이라고 모두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구단은 한번 만들면 매년 수십억원의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희망보다 먼저 현실을 따져야 한다.
현재 K리그 시민구단의 연간 예산은 적게는 40억~60억원대에서 많게는 100억~150억원에 이른다. 상당수 구단이 80억~10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시 규모도 김천과 차이가 크다. 인천 300만명, 대구 240만명, 수원 120만명, 용인 110만명이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김포와 김해·파주도 50만명 안팎이다. 김천은 14만명 정도다.
그렇다고 프로축구단 운영비가 도시 인구에 따라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선수 연봉과 원정비, 사무국 운영, 유소년 육성 등 기본 비용은 도시가 작다고 크게 줄지 않는다. 결국 도시 규모가 작을수록 시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수익구조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시민구단은 입장권과 광고, 후원, 상품 판매 등의 수입이 있지만 자체 수입만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지자체 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김천상무도 2023년 58억원, 2024년 70억원, 2025년 68억원의 예산이 편성됐지만 입장권 수입은 각각 약 1억6천만원, 5억6천만원, 4억8천만원 수준이었다.
물론 김천상무는 군인 선수들로 구성돼 일반 시민구단과 선수 인건비 구조가 다르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을 프로축구 관람 기회와 도시 홍보, 시민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반드시 나쁜 결과였다고 할 수도 없다.
문제는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이후다.
시민구단은 직접 선수를 영입하고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좋은 선수를 확보해 좋은 성적을 내려면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하다. 충분한 투자가 어렵다면 K리그2나 하위권에 장기간 머물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프로구단은 창단보다 계속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다. 시민구단을 만든다는 것은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시민 세금으로 프로구단을 책임지겠다는 장기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지금은 꿈보다 먼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와 공청회에서도 단순히 ‘시민구단을 원하느냐’고 물어서는 부족하다. 창단비용과 연간 시비 부담액, 5년·10년 뒤 누적 부담, 입장권과 후원 등 자체수입과 예상 관중까지 구체적인 숫자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판단을 구해야 한다.
지금 김천에 무엇이 더 시급한지도 생각해야 한다. 인구를 늘리고 기업을 유치하고 청년 일자리와 정주여건을 개선해 도시의 경제적 체력을 키우는 일도 절박하다. 인구와 기업이 늘고 산업이 성장해 재정력이 커진다면 시민구단도 더 좋은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다.
시민구단을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김천에도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할 시민구단이 있으면 좋겠다. 축구팬들의 바람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좋다고, 갖고 싶다고 모두 가질 수는 없다.
지금 물어야 할 것은 ‘시민구단을 갖고 싶은가’가 아니라 ‘김천이 시민구단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구단’이 아니라 ‘시민’이다.
도시의 꿈은 커야 한다. 그러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희망만이 아니라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도시의 경제력이다. 김천은 지금 시민구단보다 먼저 그 힘부터 키워야 한다.